임 진 록
임진록은 일본이 조선에 사신을 파견해 달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한번 거절하였으나 다시 와서는 파견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 하는 수 없이 황윤길과 김성일을 보내나 막상 도착하니 풍신수길은 몇 달간 만나주지도 않다가 한번 연회를 베풀었다는 것이 빙 둘러앉은 가운데 막걸리 한 동이 놓고 술 한잔씩 돌리고 안하무인이었다.
그럴러면 왜 그렇게 조선사신을 보내 달라고 했을까? 풍신수길은 일본을 통일하고 중국과 수교하길 원하여 조선이 주선해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일본은 이러한 뜻을 명시적으로 전했으나 조선은 그냥 뭉개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병자 정묘호란도 마찬가지다. 누르하치와 청태종은 갖가지 사례와 이해관계를 들어 조선을 설득하려 들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여 전쟁을 불렀다.
일본에 갔다 온 정사와 부사의 의견이 정반대라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고 당파싸움의 폐해라고 말들을 하나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고 조선은 이 때 부터 전쟁준비를 시작하였다.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으나 어느 나라나 전쟁초기에는 엉망이다가 차츰 적응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성일은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면 백성들이 두려워해 혼란이 올까봐 그러했다고 하지만 차라리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한강방어를 맡겼으나 싸우지도 않고 도주한 김명원에게 다시 임진강방어를 맡기니 역시 실패하였는데 다시 대동강 방어를 맡기니 선조임금은 망하기로 작심한 것인가? 이일은 당시 명장이라는 말을 들은 장군인데 경계를 철저히 하기는 커녕 적군이 가까이 왔다고 보고한 자를 군심을 어지렵혔다고 목을 베니 군사들은 입이 있어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
평양성을 점령한 왜군은 몇 달간 움직이지 않아 조선과 명은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 왜군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해군이 이순신에 패해 물자와 인력보급에 차질이 생긴데다 당시 왜군이 함경도와 한양 등에 분산되어있어 집결을 필요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나라는 전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약 10만명 정도의 군사를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군을 쫒아내는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이여송은 평양성에 대포와 불화살을 쏘아 왜군은 남으로 도주하였는데 미리 복병을 숨겨두지도 안했다. 도망가는 적을 쫒다 습격을 받아 죽을 번한 이여송은 기가 꺽여 평양으로 돌아갔다. 임진록을 뒤져봐도 명군이 시원하게 싸운 기록이 없다. 그저 양식만 축내고 백성들과 관리들을 하인 다루듯 괴롭히기만 한 것이다. 협상으로 왜군을 몰아내는 것을 기대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전쟁을 장기화해 조선백성의 피해를 가중시켰다.
왜군이 물러난 것은 수군이 이순신에 막혀 보급이 안되고 자칫 조선반도에 묵여 돌아가지 못할 위험 때문이었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왕은 그리스를 침략하였으나 살라미스해전에서 패하고 배다리마저 불살라지면 퇴로가 막힐까봐 100만대군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회군해야했다. 그러나 선조는 왜군을 물리친 큰 공을 명나라에 돌리고 사대의 예를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러한 지침은 그 후 망해가는 나라에 충성하느라 두 차례의 호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명나라의 군사지원이 없이 왜군을 몰아낼 수 있었을까? 이순신의 수군이 바다를 봉쇄할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본다. 전쟁초반에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차츰 정비가 될 것이고 보급이 두절된 왜군은 패배하여 항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봉착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강대국과 약소국의 동맹은 강대국에 유리하고 약소국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강대국은 자기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싸우고 약소국은 끌려다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역사가는 ‘인간이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라고 말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런 한탄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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